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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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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장롱 사는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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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0. 24 (수)
김차순할머니 장롱 사는 날,
거창의 동막골 '심동'에서
장롱 하나 사려면 읍내까지
걸어서 30분에 버스 타고 30분을 나와야 한다.
할머니께서 크기 알맞고 보기 적당한 것으로
대신 사다 달라 하셨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평생을 함께 해 온 장롱을 처분하고
쌈짓돈 모아 새로 구입하는 것인데
대신이라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요즘이야 혼수 품으로
김치냉장고 홈시어터 빌딩 열쇠 운운하지만
시골 태생인 내 기억에 (어렴풋이)
장롱은 예전 신혼살림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신혼방에 제일 먼저 들어 앉혔을 것이고,
가슴 설레게 했던 추억이 묻어 있을 것이다.
'독거 노인' 이라 하면
'중고' 장롱 '싸게' 살 수 있다지만
벼락 맞을 소리다.
할머니 편하실 때 읍내 나오시면
가구점에 함께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꼭 직접 고르고 구입하시도록 권했다.
새벽밥 지어 먹고 나오셨을 할머니,
버스정류장에서 오고 가는 사람 두리번 거리며 날 찾고 계신다.
할머니~
한 번 안아드리고 가구점으로 발걸음 옮겼다.
할머니 부탁으로 미리 봐둔 장롱을 찾아 보여 드렸더니
단번에 좋다며 그것으로 하자 하신다.
그래도 물건이 많으니 둘러보자며
이 구석 저 구석 다니니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갈등이 조금씩 생겨나는 모양이시다.
내 마음도 그렇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몇 번을 이야기 하다가
두 번째 봤던 것을 사기로 했다.
가구점 사장님과 할머니 댁에 장롱을 들어 앉히니
할머니 흐뭇하게 장롱 보신다.
평생 동반했던 장롱을 처분하고 새 장롱을 들였으니
홀아비 맞아 새 살림 차린 모양으로
오늘 밤 몇 번은 뒤척이실게다.
독거 노인 딱지 붙여 중고 장롱 구입한다는 못된 말에
마음이 불편하고 화가 일었는데
할머니 좋아하시는 모습에 사르르 녹는다.
몇 만원 비싸게 주고 샀는지도 모른다.
비싸게 주고 샀어도 할머니가 샀지.
크기가 좀 작을지도 모른다.
크기가 좀 작을지 몰라도 할머니가 골랐지.
봉사자들에게 도와 달라하지.
봉사자 없어도 가구점 사장님이면 됐지. 원래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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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4
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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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집니다...원래 그렇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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