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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회복지사의 일기 Worker's Diary
사람중심 관계중심, 사람감동 하늘감동.
하나님과 사람을 감동시키는, 그런 사회복지사 되자.



NAME    박시현
TITLE    [re] 복지관의 서비스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나의 무지에 대한 고백)

복직을 하면서 다시 맡게된 업무는 지역사회보호사업이다. 그동안 해왔던 재가복지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재가복지서비스를 복지관의 사업이 아닌 이웃의 일상으로 만들기 위한 첫번째 작업은 그동안 가정봉사원으로 파견되던 자활근로자(지역내 자원봉사자가 아닌)들의 활동을 중지하는 일이었다. 조심스러웠지만 팀장님 과장님 부장님께 말씀드리고 자활근로자들의 재가복지서비스 활동 파견을 중지 하였다.

가정봉사원, 자활근로자들의 활동을 신뢰하지 못한다기 보다는 그것이 평범한 것(normal)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서비스나 사업이 아닌 평범한 것이 되게 할 것인가? 그것이 나의 관심이고 그렇게 배워왔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평범한 것이 되게 해야지.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다.
방아골복지관처럼 아버지 어머니 모임을 만들어서 참여하도록 하거나, 많은 프로포절에서 나타난 것처럼 자조집단 동료집단의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다.

도움이나 관심을 필요로 하는 분이 계신다면 그 이웃 중의 한 분을 섭외하여 그 이웃이 시간이 날 때 방문하여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도록 하자는데 합의하고 전력하기로 했다.

다음 날 바로 상담을 나갔다. 일상생활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던 10명의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을 상담하였다. 상담 결과 현재 일상생활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 10명 중 2명 외에는 critical (위험하거나 위독한) 하지 않다는 판단이 되었다. 물론 사회복지사인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다.  

critical 하다는 2명의 어르신 중 한 분은 매주 월요일 시장을 대신 봐드렸던 것을 계속 해야 하고, 또 한 분은 뇌병변장애로 왼쪽의 근육이 마비되어 생활하는데 불편한 여러가지를 도와드려야 했다.  1차 상담에서는 분명히 그랬다.

ADL 사정이라는 것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재가복지 3년 짠밥에 그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밥도 대신 해 드려야 하고, 반찬도 해 드려야 하고, 청소는 물론 소변통도 대신 비워드려야 하고, 시장도 대신 봐 드려야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연을 간략하게 적어 동네에 알렸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건만 돕겠다고 자원하는 이웃은 도통없다. 조바심이 난다. 다시 자활근로자를 가정봉사원으로 파견해야 하나? 아니다, 아니다. 그건 아니야. 당분간은 내가 할아버지 병수발을 하더라도 그건 아니야!

며칠 전에는 밥을 하다 냄비를 까맣게 태웠다는데, 소변통도 비워드려야 한다는데, 김치도 떨어졌다고 하셨는데... 할아버지 생각을 하면 조바심이 더하고 염려가 떠나질 않는다.


주말을 보내고 어쩌다 화요일에서야 부랴 부랴 할아버지 댁을 방문했다. 집안이 엉망이 되었을 거라고 지레짐작하며 현관문을 들어섰는데, 그런데 웬걸?

할아버지의 방은 깨끗이 정돈되어 있고, 장독대를 누가 설치했는지 장독대 위에 밥솥이 놓여 밥이 맛있게 되어 있고, 소변통은 깨끗이 비워져 있고, 설거지도 깨끗이 되어 있고, 없다던 김치는 물론 참치를 넣은 반찬도 조리되어 있다.

휴~ 일단은 감사하다. 다행이다. 이런 생각이 앞선다. 안심이 되고나면 이제는 궁금하다.

"할아버지, 밥솥을 이렇게 장독대 위에 올려놓으니 밥하기 편하시겠어요. 누가 이렇게 해 주셨어요?"  신경질적으로 "아, 내가 했지. 그거 옮긴다고 시껍했네(혼이 나다)"
"정말이세요?"  "아, 그럼 내가 했지. 누가 해 줄 사람이 있나!!"

"그럼, 할아버지 소변 통은 누가 비워주셨어요?"
더 신경질적으로 "그거 치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지팡이 집고 소변통 들고 가다가 화장실 문앞에서 엎는 바람에 그거 치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에~이" 할아버지는 지금 다시 그때가 생각나시는 모양이시다.
"그럼 할아버지께서 다 치우셨어요?"  "그럼!!"

"김치 없다고 하셨는데 사셨어요?"  "그럼, 샀지"

"김치볶음도 할아버지께서 하셨어요?"  "아, 내가 다 했다니까?"


맥이 풀린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불과 4일전 그 잘난 상담이란 것을 할 때는 '그래, 할아버지는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고' 필요하고 필요하고 필요하고 의 연속이었는데, 복지관의 재가복지서비스가 중단 된지 5일만에 할아버지는 소위 기능이라는 것을 찾으셨고 역할이라는 것을 찾으셨다. 아니, 할아버지 자신을 찾으신 것이다.


청소도 좀 해주고, 반찬도 좀 해주고, 밥도 좀 해주고, 소변통도 좀 비워주고, 김치도 좀 사주고... 가 아니라,
이제는 이것도 내가 했지 저것도 내가 했지 누가 해 줄 사람이 있나... 이렇게 바뀌신 것이다.


복지관의 서비스, 누구를 위한 것인가?


김세전
2005.07.08 de
충분히 공감합니다.
좋은 이웃으로, 이웃관계로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관점이 사회복지 전반에 흐르는 듯 합니다.
2005년에 서울복지재단에서 발행한 '사회복지관업무매뉴얼'집에 있는 내용을 보면 지역복지관이 어떠한 관점을 가져야 하는가 다음과 같이 실려있습니다. 요약하면,

'사회적 약자를 보호 받아야 할 특별한 대상으로 보지말아야 함.
사회적 약자가 특별한 존재로 실재하는 것 아닌 일반 주민처럼 생활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일반 주민들에 대해서도 사회참여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를 동등한 인격체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있다.'
김세진
2005.07.08 de
방아골에서 지금 제가 몇가지 모임을 만드는 일을 하는 이유는,
지역사회와 함께한다는 것.
이는 지역 안에 어려움(문제)이 생겼을 때
지역사회가 수동적으로 대처하고 복지기관이 특별하게 개입하여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스스로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또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의 관점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지역사회가 문제에 직접 개입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system)’를 만들어 줌으로써


1. 당면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게 되고
2. 그 문제해결의 경험을 통해 다른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3. 결국 이런 활동이 축척 되면서 지역사회는 건강하게 성장 발전하게 된다(empowerment)는 것

때문에 저는 클라이언트가 속한 환경체계를 변화시킴으로써 간접적으로 클라이언트를 돕고 궁극적으로 사회통합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모임을 진행하는 과정속에서 만나게 되는 구성원들, 즉 그 이웃들이 자연스럽게 그러한 일들을 행하게 되신다는 것입니다.
정기적으로 찾아뵙던 분이 아프시면 근처 지날 때 들러 안부도 전하고 죽도 만들어가시고, 명절날이면 가족들과 방문도 하시는 등, 자연스러운 이웃관계가 형성되다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모임을 만들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참여주민 개개인의 능력만큼, 할 수 있는 만큼, 일상적인 삶의 나눔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박시현
2005.07.10  de
세진형, 감사합니다. 언제나 형은 저의 나침반입니다.

이웃이어야 한다며 찾아다니고 고민하면서 저는 요즘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관계, 바쁜 일상의 일부분을 일부러 시간내어 멀리서 차를 운전해서 혹은 차를 타고 봉사활동 하러 온다는 것은 이미 봉사활동을 하는 봉사자와 그 봉사활동이라는 것을 받는 대상자의 관계를 매우 불평등하게 만듭니다.

할아버지께서 그러십니다.
"아이구, 바쁜데 멀리서 뭣하러 여기까지 와~. 미안하게 시리"

이웃이면 좀 낫다는 것입니다. 집에 가는 길에 오는 길에, 밥 먹다가 혹은 저녁 준비하다가 생각나서 반찬 좀 나누고 들여다 보고 안부 전하고... 보다 관계가 평등하다는 것입니다.

관계의 (불)평등에 관한 생각이 요즘 제게는 더욱 이웃이어야 한다는 고집스러움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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