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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회복지사의 일기 Worker's Diary
사람중심 관계중심, 사람감동 하늘감동.
하나님과 사람을 감동시키는, 그런 사회복지사 되자.



NAME    박시현
TITLE    한 포기 더, 김장후원사업 2003년 보고서

한 포기 더, 김장후원사업 2003년 보고서

[2004. 10. 6 재정리]


복지관에 입사 후 2년째 되던 겨울, 어김없이 김장후원사업을 해야 했습니다. 고달프고 힘들게 여겨졌습니다. 작년 생각 때문입니다.

후원금은 잘 모아지지 않고, 수백 포기의 김장을 후원 받고 나눠드리고자 발 품 팔며 돌아다닐 생각하니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일하는데 신나지 않는 것이 힘들다는 핑계거리가 된 것입니다. 일하는데 신나면 아무리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를 것인데 신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할까? 또, 고민합니다. 역시나 고민의 한 가운데는 ‘사람들의 일상이 되도록 하자’ 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배운 것이고 제가 실천하고 따르고자 하는 바이기 때문입니다.

김장, 이 두 글자를 두고 재가복지팀 동료직원과 머리 맞대고 고민했습니다. 김장후원사업을 위해 후원금을 모으고, 모여진 후원금으로 김치와 용기를 구입해서, 나눠 드리는 기존의 방식을 과감히 포기하기로 하였습니다. ‘대신, 지역 내 아파트가 많으니 아파트에 홍보를 하여 김장김치 구입하거나 담그실 때 한 포기씩만 더 해서 나눌 수 있도록 하자, 식당에는 늘 김치를 사용하니 후원을 부탁하자, 인근의 종교기관에 후원을 부탁하자.’

한 포기씩 더해서 후원 받도록 하는 것을 기관에 말씀드렸더니, “밑져야 본전이니 한 번 해 보라” 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제게는 힘이 되었습니다. 복지관의 예산을 편성할 때 이미 김장후원사업을 위해 200만원 정도 편성해 두었으니, 한 포기씩 나누는 방식의 후원사업이 실패한다 하더라도 기존에 책정된 예산을 집행하면 되는 것이니 부담 갖지 말고 한 번 해보라는 지지의 말씀으로 들렸습니다.

그 날로 동료직원과 함께 부녀회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부녀회에 연락 드리고, 부녀회 회의 일정을 확인하고, 안내문을 작성하였습니다. 차를 타고 지역을 다니면서 김치를 많이 사용하는 가게의 리스트를 일일이 작성하고, 전화를 드리고, 방문 일정을 기록하였습니다. 종교기관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일일이 전화를 드려 방문을 약속 받았습니다.


- 부녀회 만나기
부녀회의 대부분은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매월 회의가 열리는 날짜를 미리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12월 중순에 김장후원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11월 월례회나 12월 초 월례회 이전에 김장후원사업에 대한 홍보를 하여 안건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부녀회의 또 다른 매력!!
관심을 갖고 보면 부녀회에서는 많은 일들을 한다. 바자회, 동네 가꾸기, 쓰레기 분리수거, 마을 내 노인정에서의 효도잔치, 소년소녀 가장 돕기 행사, 독거노인 후원 행사 ... 이렇게 무엇이든 좋은 일을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서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딱! 하고서 사회복지사가 찾아간다. 이 얼마나 찰떡궁합인가? 두 손 들고 환영할 것이다.

* 운이 좋았다.
실제로 2003년 모 아파트 부녀회에서 이런 형태로 140포기의 김장을 후원 받았다. 5월에 ‘소년소녀가장․독거노인 돕기 기금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열어서 많은 기금을 확보하여 12월에 ‘김장후원’을 하기로 했던 부녀회를 운 좋게 만났던 것이다.

* 새마을부녀회,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작년, 뒤늦게 우리 동네 새마을부녀회 회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부랴부랴 점심식사 중인 식당으로 달려갔다. 10명 남짓의 각 부녀회장님들이 모여 식사 주문을 하고 있었다. 부녀회장님 중의 회장님인 새마을 부녀회 회장님 앞에 자리를 잡고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김장후원사업을 열심히 설명 드렸다.
설명은 간단하다. ‘조금 있으면 직접 하든지 마트에서 구입하든지 김장 한 두 포기는 할건데, 그때 한 포기만 더해서 어려운 지역 내 이웃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머리에 무스 잔뜩 바른 청년의 말이 솔깃했는지 거짓말같이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다른 부녀회장님들과 ‘김장후원사업’에 다함께 동참하자며 권하신다.
그 짧은 시간에 대단지 아파트 10개의 부녀회에서 도움 주시기로 확답하셨다. 더 재미있는 것은, 당장 김장을 담을 수 있는 김장독 30개를 가져다 달라는 어느 아파트 부녀회장님도 있었다. 그래서? 가져다 드렸다. 그리고 며칠사이 김치 두 포기씩 담긴 김장통 30개를 모두 돌려 받았다.


- 식당 돌아다니기
어느 식당이고 빠지지 않는 반찬이 있다. 그것은 바로 김치다. 그래서 사업계획시 부녀회 다음으로 관심을 두었던 곳이 식당이었다. 지역 내 대학교가 있고, 대단지 아파트가 여러 개 있다보니 자연히 크고 작은 식당들이 많다.
멋지게 만든 홍보지를 들고서, 김치를 얻을 수 있을 법한 식당을 모두 방문하는데는 이틀이 걸렸다. ‘이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식당에서는 김장을 하지 않는다. 식당에서 직접 만들 경우는 1~2일 분량으로만 하고, 대부분의 식당은 김치를 만들지 않고 그냥 구입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맛있어 보이는 김치도 김장김치처럼 오래가지 못한다. 2004년에는 식당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추거나, 방법을 달리 할 것이다.

* 김치 대신 깍두기
인심 넉넉한 식당 사장님은 김장김치 대신에 깍두기를 후원하셨다. 그래서 김장김치 나갈 때 그 깍두기를 조금씩 더해서 나누어 드렸다. 별미다. 별미가 필요하다면 식당도 괜찮다. 아니면, 애당초 깍두기를 후원해 달라고 하면 되겠다.


- 종교기관 접촉하기
지역 내 성당과 교회를 중심으로 한 포기 더 해서 나누는 사업에 대해 홍보를 하였으나, 이미 교회나 성당 자체적으로 김장후원사업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함께 하지 못했다. 이미 하고 있다면 그 분들의 삶으로 그냥 두어야지. 하지만, 방법을 공유할 필요는 있다. 교회나 성당이나 절에서도 ‘한 포기 더’ 방법으로 하겠다면 방법을 자세히 알려드리고 적극 도와드려야지.


- 후원금 모으기는 실패 아니, 포기!
김장후원사업은 12월에 한다. 12월에 해야한다. 그런데, 12월은 어떤 달인가? 가계가 그렇고 사업장이 그렇고 모두 지출이 많은 달이다. 그런 12월에 남의 호주머니 돈 달라면 주겠는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여기저기서 연말연시니 추운 겨울이니 하면서 후원하라는 곳이 어디 한 두 곳인가? 이들은 1년 동안에 시달려야할 후원요청의 대부분을 12월에 모두 겪는다고 생각될 정도다. 실제로 2002년이나 2003년 이러한 방식은 우리에게 고배를 안겨주었다. 2003년의 경우 지역 내에서 가장 크다는 금융기관의 지점에서 겨우 1만원을 후원금으로 받았다. 또 다른 금융기관에서는 아예 찬밥 신세였다.


- 한 포기씩 후원 받는 것이 좋은 이유, 많겠지만 직접 해보니까 이렇더라…

☞ 맛있다.
복지관에서 직접 담그거나 기금을 사용하여 김치업체에서 구입한 김장보다 맛있다. 당연하다. 어머니들이 가족들의 건강과 입맛을 생각하여 배추도 최상품으로 양념도 갖은 양념에 가능하면 국산으로 사용해서 정성을 다해 만드는데 맛없을 리 있겠는가? 2002년의 ‘기금마련 방식’에서 2003년 ‘한 포기씩 후원 받는 방식’으로 사업방향을 바꾼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 우리는 원래 이렇게 살았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자랐기에 그 때를 떠올려 보면 많은 추억거리가 생각나다. 김장하는 날은 왜 그리도 추운지. 냇가에다 큰 고무통과 배추를 가져다가 씻고 다듬고 소금에 절인다. 이 풍경은 흡사 동네 잔치하는 날 같다. 절인 배추를 집으로 가져다 할머니 어머니가 갖은 양념과 정성으로 김장을 하고 나면 드디어 내가 할 일이 생긴다. 옆집 효진이네 한 포기, 뒷집 정자네 한 포기, 윗마을 큰집에 두 포기, 아랫마을 동네 큰 어른 집에 한 포기..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배달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다. 돌아올 때는 빈 그릇으로 오는 법이 없었다. 효진이네 김치, 정자네 김치, 큰 집 김치... 담아갔던 그릇에 고스란히 각 집집의 김치를 받아왔다. 미쳐 김장을 하지 못한 집에서는 김치대신 내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사탕을 받았다.

☞ 복지가 무엇이냐? 관심 아니더냐...
- 김치 한 포기,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산다.
김치 한 포기 없다고 겨울 한 철 못날까? 걱정이 되어서 김장후원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김치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고, 김치 한 포기 후원할 만한 사람들이 있고, 그렇게 나누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의 올바른 모양이기에 사업으로 하는 것이다. 덜렁 김치 한 포기 줄 모양이면 굳이 복지관에서 애써가며 할 이유가 무엇이겠느뇨. 다만, 그러한 우리네 관심과 사랑을 나누는 통로와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 사업으로써 하는 것이다.

☞ 돈도 적게 든다.
어려운 복지관 살림살이 쪼개고 쪼개어 사업하는데, 김장후원사업 기금마련해서 하자면 그 예산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렇게 한 포기씩 후원 받고 보니 예산이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좋은 모양새 좋은 결과에 예산까지 줄었는데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있겠는가?

2002년 소요예산  및 지원현황
-포장김치구입 2,200,000원
-진행비 100,000원
-계 2,300,000원

-400포기 확보 (400포기 전량 구입)
-200세대 지원


2003년 소요예산  및 지원현황
-용기구입 308,000원        
-김치구입 1,200,000원      
-진행비 150,000원            

-240포기 구입            
-522포기 김장 후원
-220포기 배추 후원

-386세대 지원


☞ 일하는 사람이 즐겁다
실제로 해보니 그렇다. 기금마련 한다고 이러 저리 쫓아다니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후원금이라도 많이 모이면 좋겠는데, 그저 찬밥신세다. 호주머니 사정 좋지 않은 12월, 수많은 후원경쟁자들과의 겨루기도 힘들다.
그런데, 한 포기씩 후원 받아보니, 묘한 즐거움이 있고 큰 기쁨이 있고 요청하기도 쉽고 수확도 많고 숨어있던 감동들 많이 발견하게 되니, 자연 일하는 자가 그저 즐거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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