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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 孝 子
간만에 좋은 날씨.
동생에게서 편지가 왔다.
가족 소식에 눈물이 나려한다.
지난 연말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세 분 모두 독감으로 고생하셨단다... 몰랐다.
더한 것은 아버지께서는 맹장 수술을, 어머니께서는 눈 수술을(눈동자에 선 핏줄 제거)을 얼마 전에 하셨단다... 몰랐다.
자식 빼면 어디다 의지할 것인고?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알면서도 훌쩍훌쩍 어디론가 툭하면 짐 꾸려 떠나버리는 이 못난 자식.
아버님 생신이 오늘이고 내일 모레면 설날이라 겸사겸사해서 일 마치고 식구들 아침 먹을 시간에 맞추어 전화를 했다.
한국이 이스라엘보다 7시간 빠르기 때문에 이스라엘에서 밤12시에 전화하면, 한국에서는 정확히 아침 7시에 전화를 받는다.
할머니는 아직도 이 말씀을 하면 신기해 하시지.
"현아! 아침 먹었나?"
"할머니 여긴 아직 밤이에요"
"어잉? 아직 밤이라? 밤이란다 야야. 참 희한하네"
이 못난 자식 어디가 이쁘다고 온 동네 자랑하신다는 어머니께서 받으신다. 이어서, 할머니 아버지...
모두 내 걱정말고는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오늘까지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신다는 아버지, 내가 조금 걱정된다는 투의 말씀을 드리자 틈조차 주지 않고 걱정하지 말라신다.
원래 말이 없으신 분이 "집 걱정은 하지마라. 니만 괜찮으면 됐다."
아프면 그리운 것이 사람이요, 서러운 것이 사람이라.
할머니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이내 몸 혹이나 걱정할까 그저 말이 없으시다.
연락 없다고, 무심히 떠났다고, 쓸데없는 일 한다고 원망의 목소리 야단의 말씀 한 번쯤 띄우실 법도 한데, 그보다 걱정이 앞서는가 보다.
이것이 '부모님의 사랑' 이겠지.
부모님 병환조차 모르면서 자기 잘 났다고 만리타향 이국 땅 우쭐대며 거닐고 있는 불효자식.
끝끝내 참았던 눈물 흘리고야...
부모님을 공경하라.
부모님을 사랑하라.
이것은 하나님의 명령(command)이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출20:12)
"자기 아비나 어미를 치는 자는 반드시 죽일지니라"(출20:15)
"그 아비나 어미를 저주하는 자는 반드시 죽일지니라"(출20:17)
2000.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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