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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男女老少) 누구나 일하는 이스라엘(ISRAEL)
사회복지를 전공한다면서도 한국사회에 대해 그렇게 많은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외국에 나온 지금 더욱 절실히 느낀다.
내가 발디디고 사는 곳을 대충대충 알듯말듯 그렇게 알고 있는 내 모습에 혹시, 한국에서의 나의 삶 또한 대충대충 그렇게 살았던건 아닐까 돌이켜 본다.
그럼에도, 무식을 토로하며 한국 사회의 최근 사회문제 중의 하나를 말하자면 아마도 '고령화 문제'일 것이다. 특히 IMF여파 이후, 사회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는 듯 하다.
어쨌든, 그러한 사회현상을 반영이라도하듯 이른바 실버산업(노년을 위한 대책산업) 혹은 실버타운 이라는 것이 급부상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은 말할것도없이 대구를 비롯한 지방대도시에도 계획중에 있으며(가까운 '경남 청도'에는 이미 조성되었으며), 앞으로 점차 확산될 조짐이다.
이쯤에서 나의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젊은 시절에는 직장 때문에 부부동반 외식이나 파티는 고작이고 심지어 신앙생활에까지 위협(?)을 받으며 지내고, 직장 자리잡고 이제 좀 한가할라 싶으면 자식들 등살에 허덕이기 쉽상이며, 자식들 등살에서 좀 벗어날라 싶으면.....
그제야, 갈 곳은 자식들 품안(?) 아니면 요즘 유행한다는 실버타운 뿐이니 참으로 애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얘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네 생각에 나이든 어르신들은 그저 편안히 모시는게 미덕이요, 남은 여생을 자식들 품안인 아파트의 빈 방에서 정리하는, 그야말로 죽음을 서서히 준비하게 하는 듯 보이는 그런 삶을 사시도록 하는게 자식된 도리 인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본 이스라엘은 좀 다르다.
나이가 들었다고 쉬는 법이 없다. 때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일례를 들자면, 내가 매일 아침,점심을 먹는 식당의 테이블마다 놓인 소금통이랑 휴지통의 소금과 휴지는 거동조차 불편해 보이시는 할머니께서 도맡아 하신다. 때로 내가 앉은 테이블의 소금과 휴지를 채우실 때면 "할머니, 제가 이거 다 할테니까 쉬세요"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오른다.
상황이 한국이었다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허나, 그런 할머니가 40개가 넘는 테이블의 소금과 휴지를 1시간이 넘도록 채우고 계시는 것에 대해 이곳 사람들 누구하나 상관하지 않는다.
또 다른 예로, 이곳 Kibbutz 우체국은 할아버지께서 담당하고 계신다. 가끔씩 한국으로 편지를 보내려고 들를때면 족히 10분은 기다려야 된다. 왜냐하면 역시 우체국 할아버지께서도 연세가 많으셔서 편지 무게를 달고, 우표값을 계산하고, 우표를 찾고(여러 종류가 있음), 우표값 지불을 마치고, 끝으로 우료를 봉투에 붙이기까지 10분은 걸린다.(젊은 사람이 가끔 할 때면 3분도 채 안걸리는 시간)
때로는 떨리시는 손을 보면서 얼마나 힘드실까 생각되지만, 그 보다는 '참으로 열심히 자신의 생을 사시는구나' 라는 생각이 앞선다.
키부츠 사무실의 할아버지도, 언젠가 예루살렘에서 본 편지든 가방을 둘러메고 걸으시던 집배원 할아버지도....
이스라엘에 대해 상세히 알지 못하며 또 일반 가정은 어떤지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있는 이곳은 그렇다.
마치, 자신의 평생을 살아온 그 삶의 현장에서 여느때와 다름없이 노동하는 가운데 맞이하는 죽음이 가장 영광스러운 양 마지막 심지를 태워 빛을 발하고 있다.
안스럽다기 보다는 고귀하고 참으로 진실된 빛으로 ... ...
2000.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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