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리워서

                    - 박 시 현 -

곁에 있어야 반가운 이가 있다
곁에 없으면 그리운 이가 있다
곁에 있어도 그리운 이가 있다

곁에 있어야 비로소 반가운 이가 있다
봄날의 개나리가 진달래가
갈증나는 여름 오후의 한줄기 소나기가
어느새 물들어버린 가을 산천초목이
강아지 멍멍 소리에 내다본 창밖의 한송이 눈이 그러하다

곁에 없으면 그때 그리운 이가 있다
오래된 나의 벗이
이국 땅에서의 내 조국이
어린 날의 아름다운 추억과 그날의 내 모습이
젊은날 붉은 띠 두르고 투쟁이랍시고 외쳐대던 내 동지가
방학이다 취직이다 흩어진 주위 사람들이
아내가 내 곁에 잠들어 있고 아이가 하나 둘 더해질 노년의 내가 그러하다

곁에 있어도 그저 그리운 이가 있다
어머니가 할머니가 내 사랑하는 가족이
잘 자라며 대문앞에서 헤어져놓고 밤새 통화하는 나의 연인이 그러하다
간혹, 짝사랑했던 영이가 날 두고간 진이가 그러했다

2001년 2월 어느 날 사람이 몹시 그리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