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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所有眞心
오늘이 보름이란다.
보름이 되면 서로 오곡밥을 나누며 더불어 이웃사촌의 정(情)도 나누던 어릴 적 산촌벽지 고향이 생각난다. 하루종일 오곡찰밥을 배가 터져라 먹던 것하며, 아이들이랑 어른들 몰래 쥐불놀이 깡통을 숨어서 만들고 해가지면 뛰쳐나와 쥐불놀이 하던 그 때... 밤이 깊으면 무턱대고 집집마다 찾아가서 '얼씨구씨구 들어간다~~아~~ 저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주절주절 각설이 타령을 세수대야 장단에 맞추어 부르며 찰밥을 얻으러 다니던 그때가...
설날이 얼마 지나지않아 곧바로 할아버지 제사다.
그래서, 보름이 오기전에 우리 집은 먼저 이웃에다 정(情)을 보낸다. 제사떡이라며 제사음식이라며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몇 안되는 음식을 골고루 나누어 몇 안되는 동네 집집마다 나눈다.
당연히 배달부는 내가 되고, 이집 저집 그렇게 1시간은 걸려야 다 나를수 있다.
정확히 배달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한 집 분량이 모자랄때가 간혹있다.
이일을 어쩌나? 내가 잘못 배달했나? 어머니께서 잘 못 계산하신걸까?
다시 집에가서 받아오면 되지만 그래도 자꾸만 되뇌어 본다. 가고오는 길에 내가 흘렸나?
한참을 생각해도 아리쏭... 모르겠다.
그렇게 나눠줄 음식이 모자라고 내 손에 가진 것 아무것도 없을 때는 그 집 대문을 서성이다 내 진심(眞心)을 주고 온다.
無所有眞心!
내 가진 것 아무것도 없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내 마음을 그곳에다 두고 오는 것이다.
2001년 2월 7일 (수) 보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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