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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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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생신잔치 - 고제면 김OO할머니 생신잔치,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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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4. 18 (금)
#.
대나무 숲을 걷는데
바람이 말했다.
당신이 참 평온하다고
이곳이 참 평화롭다고.
#.
이번에도
모든 것이 순조롭게 평안하게 평화롭게 준비됐다.
할머니와 의논하고,
마을 사람들과 의논하고 부탁하고,
이장님 목사님 구역장님 이웃에게 부탁했던
가정봉사원 권현남선생님 덕분이다.
#.
농업용수 확보하려 만든 댐 속에
마을 사람들 삶터 일터가 잠겼다.
서로 이사 오려고 야단했던 마을인데
이젠 하나 둘 떠나고
남은 사람들도 일손을 놓게 됐다.
그렇게 어르신들만 15명이 마을을 붙잡고 있다.
#.
10시쯤 마을 회관에 도착하니
돕겠다던 할머니 몇 분이 벌써 와 계신다.
새벽부터 회관 청소 했다는
마을에서 제일 젊은 할머니도 족히 70세는 넘었으리.
그렇게 마을 사람들이 생신 잔치를 준비했다.
그렇게 어르신들이 할머니 생신 잔치를 준비했다.
양파 다듬고 파 다듬고 나물 다듬고 무치고
조기 굽고 소시지 계란 묻혀 굽고 잡채 버무리고
그릇 내어 닦고 수저 챙기고 ...
다듬은 야채 건네고 접시를 받으며
이게 얼마 만의 잔치 준비야 하는 표정으로
주름살 고운 새댁들이 수다도 떨고 웃기도 했다.
찬장 깊숙이 뒀던 수저를 오랜만에 더 꺼낸다.
#.
할아버지 한 분께 긴 말씀 들었다.
번성했던 시절의 마을과
그 때 한여름 밤을 함께 지샜던 정자나무 아래,
마을 자랑인 제실과 대나무 숲,
기운 넘치고 총명했던 할아버지 젊은 시절.
올해 여든 다섯 연세에도 그간 해 오셨던 것처럼
집집이 다니며 마을 일을 살피신다.
마을 일을 물려줄 후계자 없는 것이 안타깝다는 할아버지.
#.
상 차리는데 할아버지 옆에 계시다
생신 상은 따로 차리라고 하셨다.
"생신 상은 따로 차리는 거야.
오늘 만큼은 생신 맞은 할머니가 따로 상을 받는 거고
그 상의 음식도 모두 할머니 것이야.
할머니께서 함께 먹자하면 그때 함께 나누는 거지.
따로 차려뒀다가 밥 먹을 때 함께 먹지."
아, 그렇구나. 그렇지.
소홀히 했던 중요한 것을 알려 주셨다.
생신 잔치의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야 겠다.
#.
상에 음식이 올라갈 때
읍내 행사 참여했던 이장님께서 오셨다.
함께 준비해야 하는데 늦어 미안타며
음료수 PET 몇 병 들고 오셨다.
두 분 할아버지 모두 오시고
다른 할머니들 오시니 회관이 꽉 찬다.
직원들이 한 손에 케익 들고
한 손에 마을 어르신들 드릴 재생 비누 준비해서 오니
축하객들 모두 참여했다.
#.
할머니 생신 상 따로 차려 놓고
케익에 불 붙여 축가를 불렀다.
서너 번 후~ 후~ 불어 불이 꺼지고
이장님 축사가 이어졌다.
"준비하느라 복지센터 직원들 고생하셨습니다.
또 함께 준비한 마을 사람들 고맙습니다.
우리 김OO집사님(할머니) 믿음 변치않고
천국에 갈 때까지 천국에 소망 두고 잘 사시기 바랍니다."
할머니께도 한 말씀 부탁드렸다.
"고맙습니다."
#.
할머니께서 음식을 맛있게 많이 드셨다.
'생신 축하허요. 마이 잡사요.'
투박하게 소박하게 인사를 건네며
마을 어르신들도 맛있게 많이 드셨다.
미역국이 시원하고 쑥절편이 배 속까지 향기를 전한다.
음식이 풍성하다.
사람도 풍성하다.
깊숙한 곳에서 꺼낸 수저를 보며 잠시 머뭇했다.
#.
고맙습니다.
'고맙다' 말씀 하시며 기뻐하신 김OO할머니,
생신 축하드립니다. 덕분에 행복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잔치 위해 마음 쓰고 애쓰신 권현남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실천을 보고 많이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함께 잔치 준비해주신 마을 어르신들 고맙습니다.
이런 것을 우리 노인네들에게 부탁하냐며 거절하지 않고
마을 일로 여겨 흔쾌히 허락하고 준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생신 상 따로 차려야 한다는 것 알려주신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다음부터는 꼭 따로 차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일이 진행 되도록 애써주신 김영옥팀장님 고맙습니다.
이것 저것 챙기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케익 준비해서 온 직원들 고맙습니다.
어르신들 생각해서 가져온 재생 비누,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잔치에 필요한 경비 마련하는데 도움주신
달력 구입한 분들과 이요셉작가님, 고맙습니다.
좋은 날, 선한 이웃, 복된 시간을 허락하신 신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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