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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회복지사의 일기 Worker's Diary
사람중심 관계중심, 사람감동 하늘감동.
하나님과 사람을 감동시키는, 그런 사회복지사 되자.



NAME    박시현
TITLE    남하면 최OO할머니 : 사회사업은 사회적으로 돕는 일


2008. 6. 4 (수)




#.

병이 악화되어 서울 아들 집에 갔는데
병원 오가며 아파트에 종일 누워 있으려니
병이 더 난다 싶어
자녀들의 만류에도 시골집으로 다시 오셨다.

병원 가서 할머니 심정 토로하니
의사가 시골서 텃밭 가꾸는 게 낫다고 했다.

아프다고 보호받고 집에 가만히 계시다
시골오니 신나셨는지
유모차 의지해서 오늘도 깨밭 일구고 오셨다.




#.

집에 온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작년보다 며칠 전보다 집안에 냄새가 심하다.

소변이 조금씩 자주 마려워
요강을 방에다 두고 생활해서 인가?

파리 모기 날아드니
문을 활짝 열기 어렵다 하셔서
방충망 수리해 자주 환기 시키자고 부탁드렸다.

다음 주 방문 때
앞집 할아버지와 방충망 수리하기로 했다.  




#.

방충망 수리할 때 쓸 방충망 구입하는 것 의논하는데
오는 길에 깨밭에 쓸 농약과 반찬거리 사 달라 부탁하신다.

아차 싶다.

어차피 할머니 댁 들러야 하고
방충망 구입하면서 여기 저기 몇 군데 들러
할머니 심부름 하면 되지만,

좋은 이웃 다 놔두고
사회복지사나 가정봉사원이 다 해버리면
할머니 이웃들과 상관하지 않게 된다.

전혀 상관하지 않기야 하겠나 마는
어쨌든 사회복지사나 가정봉사원이 돕는 만큼
할머니는 이웃들과 상관하지 않게 된다.




#.

부탁 드렸다.

농약과 찬거리 사는 것은
앞집 할아버지나 구장님께 부탁드리면 어떠냐고 여쭤보니
이래저래 싫다 하신다.

음,

할머니께 진지하게 말씀 드렸다.

오는 길에 사다 드릴수도 있으나
때마다 오는 길이라고 사다 드리면
자녀들이나 이웃들하고 만날 일이 그만큼 줄어드니
오히려 할머니께 해가 된다고 말씀 드렸다.

원래 이웃들과 잘 만나지 않으니 괜찮다 하신다.

원래,
원래 그렇더라도 사회복지사가 활동하면
원래 그렇던 소원한 사이가 좋아져야 되지 않을까.

할머니께 죄송하다 말씀 드리고
농약과 찬거리는 이웃에게 부탁드리라고 했다.
죄송한 마음 크다.

마지못해 알았다 하신다.




#.  

할머니 댁에 들리면
빈손으로 나올 수 없다.

만약 빈손으로 나오면
할머니 말씀대로 그 날 밤새도록
미안한 마음에 잠 못 이루실거다.

토마토 3개
손에 꼭 쥐어 주신다.

'할머니 저 할머니께 토마토 3개 빚졌어요.' 했더니
'이런 게 뭔 빚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하신다.

'할머니 토마토 3개 빚 아니지요?  
이웃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것 빚지는 것 아니에요.
토마토 3개 값 해야 되니
제가 구장님이나 부녀회장님께 심부름 할 사람 알아보게 해 주세요.
아니면 이 토마토 3개 못 받아요.'

나도 떼를 썼다.

마지못해 그러라 하셨다.




#.

스승께서

사회사업은
어려운 사람을 돕되
사회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말씀 하셨다.




-------------------------------------------------------------------------

대학시절 구미있는 친구 집에 놀러갔다 오면서 적었던 글이 생각나서 옮긴다.




빚진 자의 삶


터미널 입구에서 티격대는 사람들이 있다.

한 사람은 빚진 자 이다.
한 사람은 빌려준 자이다.

빚진 자는 아무 말이 없다.
'10일 안에 갚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말 뿐이다.

빌려준 자는 화가 많이 났다.
'당장 내놔라, 그럴 수가 있느냐'

몸수색 하더니 카드 하나 발견하고 비밀번호 말하라 한다.
민망해서 자리를 피했지만 많은 생각이 오간다.



어디 빚진 자가 그 사람뿐이랴.
너도나도 우리 모두 빚진 자의 인생이다.

부모님 날 낳아 길러주시고 먹여주시고 입혀주셨기에 당신들께 빚진 자이다.
방금도 터미널까지 배웅해 준 친구는 인생 소풍 길 길동무이기에 빚진 자다.

얘기할 수 있고 바라볼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세상 모든 사람들,
미워하고 슬퍼하고 아파할 수 있는 당신들께 나는 빚진자다.

기쁠 때 반겨주는 꽃 한 송이가
날 오라 손짓하며 쉬어가게 하는 산천아
그대들에게 나는 빚진 자다.



하나님은,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을 내게 허락하셨고 나도 허락하셨다.
예수님은 내 대신 십자가에 못 박혀 내 지은 죄를 사하셨다.

살아 살아 한 평생에 이 모든 빚을 어찌 갚으리.



그래도 사는 건

이 빚이 날 눌러 무거운 짐 되지 않고
누구하나 서로에게 빚 갚으라 욕하지 않고
이 빚이 평생의 양식되어 사랑하며 감사하니 은혜 중 은혜로다.



2001. 10. 3 구미고속버스터미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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