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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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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아버려야 하는 어머니, 눈감아버려야 하는 사회복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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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숙희의 자연주의 여성학 '아줌마 밥먹구 가' 중에서 (p, 246-247)
오래 전에 신문 해외토픽에서 본 중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개방화 바람이 불면서 중국에서도 조기 교육 열풍이 불었다.
유치원 아이들이 이태백의 어려운 시 구절을 줄줄 외는 것은 보통이 되었다.
그 무렵 중국 신문에 걱정어린 기사가 실렸다.
"이태백과 두보의 시를 줄줄 외면서도
자기 신발의 풀어진 끈을 묶을 줄 모른다.
이런 애들이 자라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 대부분의 엄마들은 어린아이들의 살림살이를 직접 정리하고 관리해준다.
아이가 어리다는게 이유이다.
그러나 엄마가 이렇게 해주다보면 아이는 아예 그 능력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 능력을 만들 기회를 잃어버린다.
처음에 아이들은 모든 물건을 서랍 한 개에 다 몰아넣는다.
사단, 오단 서랍을 주어도 각 서랍마다 구분이 없다.
속옷과 양말과 바지가 한 서랍 속에 뒤섞여 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속옷과 양말을 따로 넣는 요량이 생기고
바지를 반바지와 긴 바지로 구분해서 보관하는 수준까지 발전한다.
책상서랍 정리와 학용품 보관도 마찬가지이다.
섞여 있던 것들이 구분되면서 체계가 잡히는 것이다.
인간 두뇌의 발달은 분류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한 덩어리를 보고 그것을 세분화하는 것이 분석력이고,
세분화된 것들을 다 묶어 하나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종합력이다.
똑똑하다든지 공부를 잘한다든지 하는 것은 바로 분석력과 종합력이 있다는 것이다.
...
일상적인 생활의 능력이 커지면서 뇌는 학습의 기본 구도를 갖추게 되고
배우고 깨친 만큼 실천함으로써 사회적 능력이 신장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제 물건을 정리 못해도 눈감아버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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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받고 치료받고 목욕받고 반찬받고 사랑받고
받는 것에 익숙해진 할머니는
제 한몸 씻는 것은 익숙하지 않고 귀찮은 것이 되었다.
불편한 몸이라도 할머니 힘으로
씻고 화장실 가고 밥 먹는 것을 점점 거부하신다.
웃는 얼굴로 혈압 측정하고 저주파 치료하고 인사하고 좋은 말 건네고 씻겨주고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얼굴 붉히지 않는 사회복지사와 봉사자들이 해놓은 소행이다.
내가 해놓은 소행이다.
즐겨 부르던 찬송가를 자꾸 잊어버린다며 속상해 하시는데
밥먹고 화장실 겨우 다녀오는 것 말고는
종일 의자에 앉아 텔레비전 채널 옮겨다니는 것이 전부인
할머니의 귀찮고 무료한 일상이 원인이리라.
그나마 화장실 겨우 오가고 차려놓은 밥상에서 밥먹는 것은
할아버지의 눈감아버리는 온전한 사랑 덕분이다.
화장실 가다 넘어져도 밥상까지의 발걸음으로 배 곯아도
눈감아 버렸던 할아버지의 온전한 사랑 덕분이다.
귀찮아지고 무료해진 할머니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때로 더 많이 눈 감고 더 많이 얼굴 붉혀야 하지는 않는지.
오한숙희 선생님의 책을 읽다 문득 떠올랐다.
[미리보기] 아줌마 밥먹구 가 ㅣ 오한숙희의 자연주의 여성학 ㅣ 2004 ㅣ 여성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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