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박시현홈페이지 / 어느 사회복지사의 일기 ...

Home ㅣ 신앙이야기 ㅣ 복지이야기 ㅣ 사는이야기 ㅣ 여행이야기 ㅣ 사진이야기
'''''''''''''''''''''''''''''''''''''''''''''''''''''''''''''''''''''''''''''''''''''''''''''''''''''''''''''''

└-> 어느 사회복지사의 일기 ㅣ 생일도일기 ㅣ 학교생활ㅣ사회복지정보원 ㅣ 복지사이트

어느 사회복지사의 일기 Worker's Diary
사람중심 관계중심, 사람감동 하늘감동.
하나님과 사람을 감동시키는, 그런 사회복지사 되자.


NAME		박시현

TITLE		가조면 - 동례리공부방 김장하는 날

2007. 12. 15(토)

동례리공부방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아이들,
가조면 독거노인생활지도사 4분 그리고 어르신들이 함께 준비했던
동례리공부방 김장하는 날이다.

함께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정말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복지사 혹은 활동가 라는 직책 이전에
삶을 공유하는 사람으로서 함께 하고픈 마음 컸지만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했다.

함께 하지 못했기에
되려 준비했던 분들에게 공을 온전히 돌릴 수 있어 감사하다.

함께 하지 못했기에
함께하는 삶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어 감사하다.

김장이 마쳤을 무렵
생활지도사 아주머니들께 수고하셨다는 문자를 보냈더니
두 분이 전화를 하셨다.

못봐서 아쉬웠다고
그리고 김장하는 내내 감동이었다고.
김장을 준비하며 기대했던 큰 기쁨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어 기뻤다며
수화기 너머 전해오는 목소리에서 나도 기쁨을 함께 누린다.

목사님께 전화를 드리니
잘 마쳤으며 감동이 있었고 큰 성과였다며 기뻐 하셨다.

김장재료 준비하는 것이 큰 부담이었는데
마침 김장 지원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당선되어 재료를 지원 받았다.

완성된 김장 김치를 신청할 수도 있었지만
아이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하자는 계획이 있었기에
김장재료와 절인 배추를 신청 하셨다.

계획 했더라도 쉽게 완성된 김치 지원받을 수 있었을텐데
아이들이며 지역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셨다.

배추와 재료가 늦을 수도 있었는데
며칠 일찍와서 다행이다.

이렇게 출발부터 감사가 넘쳤다.
(목사님을 찾아뵙고 들은 말씀 정리)

=========================================================

(며칠 지나 목사님과 생활지도사 분들을 만나 들은 말씀으로
그 날의 풍경을 스케치 해본다.)

아침부터 공부방은 여느 때와 다르게 분주하다.
주방에선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양념할 수 있도록
절인 배추와 양념을 큰 통에 담기 바쁘다.

양념하려면 큰 통이 몇 개나 있어야 하는데 어디서 구할까?
목사님은 교회 성도님 댁에서 빌렸다.
빌려주고 빌려쓰는게 오고 가는 정인데
언제부턴가 어색해진 부담들을 잘 허물고 정을 쌓았다.

공부방이 있는 마을 회관에선
누워서 TV보고 화투치고 앉아서 얘기 나누시던 할머니들이
약속대로 생활지도사들의 안내를 받아 다들 공부방으로 향하셨다.

"그것 쯤이야 할 수 있제. 다들 가자고."
"나는 손목이 아파서 못하겠네."
"옆에서 가르쳐라도 줘, 그러면 된데."
"그럼 나도 가볼까?"

늦게 마을회관에 들렀다 텅빈 방을 보고는
늦은 발걸음 부리나케 오신 할머니도 계신다.

=========================================================

준비된 큰 통에 배추와 양념이 전해지자
할머니 한 분을 주위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할머니의 시범을 유심히 보며 따라한다.

"요녀석 잘 하는게 맏며느리 감이네. 김장 해봤냐?"
"아니요, 오늘이 처음인데요."
"그렇게 해서 김치 먹을 수 있겠냐, 하하."
"아이 참, 잘 할 수 있어요."

손목 아파서 못하겠다며 따라 나섰던 할머니는
아이들 곁에서 이래라 저래라 훈수를 두신다.

=========================================================

200 여 포기 김장을
그렇게 웃음 꽃 피우며 우왕자왕 시끌벅적하게
순식간에 끝냈다. (목사님 말씀)

찾아와서 도와주신 어르신들께 고맙다며
아이들은 김장 담그던 손으로
할머니들의 어깨를 주물러 드렸다.

아마도 아이들은 내 할머니를 찾았을게 분명하다.
잠시라도 함께 있으면 내 할머니가 되었던 기억을 더듬어 확신한다.
혹여 다른 아이가 내 할머니를 안마하고 있으면 질투가 나서 떠밀었던 기억이 있지.
'안마 봉사' 를 한다면 이렇게 해야지. 관계 있는 사이에서.

생활지도사 분들이 경비를 써 준비해 온 약간의 다과를 대접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어르신들의 말씀을 듣는 사이
아이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새 집으로?

하하하, 호호호
언제 준비했는지 어르신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가 진행 되었다.

지난 번 영어캠프에서 보고 배우고 연습했다는 '텔미 댄스'로
어르신들의 도움에 답하고 감사했다.

개구쟁이 남학생들은 둘이서 브루스 춤을 추기도 해 또 큰 웃음을 선물했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때 다시 마을회관을 찾아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릴 계획이다.

==========================================================

김장을 도와주셨던 할머니를 우연히 만났다.

"할머니, 공부방 김장하시느라 고생하셨지요?" 여쭸더니
"아이, 그까짓거야 얼마든지 하지."
"할머니 고맙습니다. 다음에도 많이 도와주시고 가르쳐 주세요."
"고맙기는 그 날 우리도 잘 놀았지."

======================================================

김장은 참 좋은 구실이다.
김장은 무한한 구실이다.

김장은
마을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이기 좋은 구실이다. (공동 우물이다)
마을 사람들과 상관하기 좋은 구실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부담주기의 미학을 선물하기 좋은 구실이다.
어르신들이 가르치고 호통치기 좋은 구실이다.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소통하기 좋은 구실이다.
아이들이 어르신들을 찾아 뵙는 좋은 구실을 만드는 구실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김장의 추억을 선물하기 좋은 구실이다. (나의 추억처럼)
밥 먹을 때 마다 내가 만든 김치라며 으씨대고 잘 먹을 수 있는 구실이 되었다.
공부방 운영자가 지역사회와 함께 일하는 작은 성공을 경험하기 좋은 구실이다.

김장을
이렇게 함께 담그지 않고
덥썩 지원 받았더라면 어떡할뻔 했는가!

[1][2] 3 [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