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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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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조면 - 설날 맞아 목욕탕 다녀오고 함께 떡국 먹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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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 31(목)
#. 생활을 구실로 어르신 모임 주선
설날 맞아 목욕탕 다녀오고 함께 떡국 먹기로 한 날,
소풍 앞 둔 아이처럼 잠을 약간 설쳤다.
기쁜 마음 걱정되는 마음 있었지만
생활을 구실로 어르신들 모임 주선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 몸도 느끼는 것인가?
이옥순아주머니도 같은 마음인지
아침 일찍 전화해서 오늘 일정 다시 한번 확인하고
어느 어르신 댁에 다녀온다며 알려 주셨다.
#. 목욕
평소 찾아뵙던 어르신 4분 모시고 가조온천 도착하니
곧이어 아주머니들과 어르신들 승용차에서 내리신다.
할머니들은 아주머니들과 여탕으로,
할아버지 세 분은 남탕에 함께 들어갔다.
가조온천은 탕이 바닥보다 얕아 어르신들 이용하기 좋다.
명절 대목이라 사람들 많고 시끌벅적하니 대중탕 기분 제대로다.
주인인지 직원인지 사람들 떠난 자리 수시로 청소하니 청결해서 좋다.
할아버지 세 분,
샤워하고 탕안에 '어이구 좋다~' 들어 앉으신다.
세 분이 나란히 계시다 한 분 말씀 꺼내니
건너 편 할아버지 귀가 어두우셔서 잘 알아듣지 못한다.
가운데 계신 할아버지께 양쪽 말씀 전달 하시며
그렇게 한 참 대화를 나누시더니,
어디사는 누구이며
형 - 중간 - 아우 위계가 정해졌다.
건너 편에서 지켜보는데 재미있다.
평소 잘 못하셨을 등밀이,
해 드리겠다 하여 등 밀어 드리니
사우나 좋아하시는 분은 사우나에
노천탕 좋아하시는 분은 노천탕에
온천탕 좋아하시는 분은 온천탕에 각각이 즐기신다.
나도 좀 씻고 불리고.
#. 어르신 모임, 첫 풍경
오늘 점심은 떡국.
목욕 후 변OO 아버지 댁에 모였다.
(변OO 할아버지는 가조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우셨던 부자이셨다.
가세가 기울고 남의 도움받는 처지를 애타하셨는데,
모처럼 사람들 북적대니 예전 그때를 추억하시는지 무척 기뻐 하신다.)
아주머니들 부엌에서 떡국 준비하는 동안
할머니 다섯 분 할아버지 네 분이 한 방에 모여
집주인 변OO 할아버지께서 인사 하는 것을 시작으로
어르신들이 소개도 하고 안부도 나누었다.
앞으로 이렇게 한 달에 한 번 모여 회의를 갖고
목욕탕 가기, 반찬 만들기, 나들이 가기 등
지금 받고 있는 서비스들을 어르신들이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어떻냐고 여쭤보니
선뜻 대답하지 않으신다.
(익숙하지 않은 것, 낯선 것이다.)
떡국 마련해 주신 이옥순아주머니와 친구분들 손길을 소개하고
좁은 방에 함께 빙 둘러앉아 떡국 먹었다.
그릇이 부족해 냄비에 덜어 먹기도 했는데
다음 모임 장소인 변ㅁㅁ할아버지 댁에서는
사전에 그릇 수를 파악해 부족한 만큼
이웃 할머니 댁에서 빌려두기라도 해야 겠다.
(할아버지, 아주머니들께 먼저 여쭤보고)
이렇게 둘러 앉아 먹으니 맛있다는 얘기가 여기 저기다.
#. 함께 밥 먹는 즐거움
밥 먹는 것은 사람을 친하게 많는다.
순식간에 식구로 만들어 버린다.
언제부터 남이었는지 식구인지 모르게 한다.
입으로 먹으며 얘기나누다 보니
그렇게 식구가 되고 나니
노랫자락 한 소절이 그립다.
바람잡는 아주머니
커피 한 잔 떡국 값 핑계삼아 노래 신청하니
건너 편 할아버지 기다렸다는 듯이
한 소절 구슬프게 뱉아내신다.
옆에 계시던 할머니,
노래 할 줄 모르는데 시키면 하지.
어릴 적 배웠다는 일본노래 한 소절 거하네 뽑으시고 뽑내시니
모두들 기립 박수다.
그렇게
둘러앉은 순서대로
중학교 소풍 때처럼 한 사람씩 노래 불렀다.
'눈물나게 즐거웠다'는 동료의 말이 지금 이렇게 글을 적으며
그 순간 노래하는 그 순간을 그리니 나도 그렇다.
#. 다음 모임 의논
다음 주에는 명절이고
그 다음 주에는 모 대학에서 기관실습을 온다한다.
대학생들이 온다는 소식을 전하며
대학생들이 온다면 오늘처럼 이런 모임을 갖고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지 여쭤보니
그렇게 하자 하신다.
(나를 봐서 마지 못해 하시는 건 아닌지)
아주머니들도 학생들이 오면
가르쳐 주고 도움 줄 수 있는지 여쭤보니 괜찮다 하신다.
어르신들께
무엇을 하면 좋을지 의논 해 주십사 하니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평소처럼
'하자는대로 하지뭐요.' 하신다.
오늘처럼 목욕탕 가는 것이나
지난번 제안했던 밑반찬 만드는 것이나
아니면 나들이 가는 것...
예를 들어 말씀드리니
오늘처럼 목욕탕 가자는 의견
반찬 만들자는 의견
(반찬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장보거나 마늘 다듬는 것은 할 수 있다)
나들이 가자는 의견 모두 나왔다.
나들이는 시간이 짧으니 다음에 가자,
목욕은 오늘 했으니 다음에 하자,
결국, 다음 모임에서는 밑반찬 만들기로 했다.
옆에서 아주머니들 한 두 마디 거들어
시장봐서 밑반찬 함께 만들고,
만든 반찬 나누고 ,
설 맞이 윷놀이 하기로 했다.
(어떤 반찬 만들지는 전화로 여쭙기로 했다)
#. 다음 모임 장소
참,
다음 모임장소는 조ㅁㅁ할아버지 댁이다.
아주머니 한 분이 할아버지께 부탁드렸는데
머뭇거리시다 허락 하셨다.
모임 전날,
아주머니들께서 집정리 집청소 해주시겠다며
할아버지께 거듭 부탁드리자 허락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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